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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 절제술 후기 - 수술 1일차

병실 2인실을 쓰는데 같이 입원한 아저씨가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서 새벽 내내 밤잠을 설쳤다. 새벽 4시 조금 넘어서 겨우 잠들었는데 금방 전날에 맞춰둔 알람이 울렸다. 7시 30분이었다. 내가 수술이 8시에서 8시 30분쯤 예정돼있어서 간단하게 세수하고 양치하고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수술 보호자로 아버지가 오셨고 얼마 있다가 수술실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수술 전 수증기가 나오는 기계 앞에 입을 가까이 대서 입으로 호흡을 하라고 했다. 그래야 식도와 입안이 안 다친단다.1분 정도 다하고 앉아서 기다리다가 간호사가 수술실로 안내해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실 안에도 여러 칸막이 안에 여러 사람이 수술 중이거나 수술 대기 중이었다. 나는 구석 빈 침대가 있는 곳으로 가서 수술대에 누워서 주변을 둘러봤다. 피로 물든 투명 아크릴 상자, 메스 등 수술 기기들이 놓여있었다.

간호사 세명이 양 팔과 다리를 묶는 사이 다른 나이 많은 간호사 한 분이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이제 링거에 주사 들어갈 거라고 크게 숨을 들이쉬어라고 했다. 주사액이 링거 호스를 통해 팔로 들어오는 느낌이 들면서 머리 전체가 살짝 찌릿했다. 그리고 눈을 뜨니까 수술이 끝나 있고 아버지와 여동생이 깨우고 있었다. 병실 앞에 침대가 도착해서 내려서 걷는데 정신도 금방 들었고 별다른 통증 없이 자연스럽게 걸었다. 생각보다 거의 아프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아버지는 회사로 가시고 점점 마취가 풀리니까 통증이 좀 있어서 말을 못하고 누워 있었다. 계속 누워 있으니까 몸도 뻐근하고 더 아픈 거 같아서 앉았는데 통증이 덜했다. 한 시간쯤 뒤 간호사가 들어와서 무통 주사액을 링거에 연결해주고 조금 지나니까 통증이 많이 가라앉아서 약한 인후염이 걸린 느낌이라 말도 잘 나왔다. 3시쯤 물 한 컵 마셔보고 복통이 없으면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된다는 간호사의 말에 물 한 컵을 마셔봤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서 여동생이 오면서 사온 투게더를 한 통 다 먹었다.

잠시 후 어머니가 일 끝나고 오셨다. 덤덤한 내 표정에 안 아프냐고 많이 놀라신 거 같다. 조금 있다가 내 수술을 맡았던 의사 선생님이 진료실로 호출해서 진료실로 내려갔다. 의자에 앉아서 입을 벌리고 소형 카메라로 입 내부를 찍은 사진을 보여줬는데 수술 전 편도가 엄청 컸음에도 불구하고 편도 전체를 잘라냈는데도 잘라낸 면적은 최소한으로 해서 거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깔끔하고 이쁘게 잘 도려내서 좋았다. 통증도 거의 없다는 식으로 말하니까 의사 선생님이 보통 편도 절제술 하면 아파서 구르고 고통 호소하고 이런 경우가 많은데 나는 보기 드문 좋은 경우라고 말해주셨다.

기분 좋게 병실로 올라와서 있는데 5시쯤 병원밥으로 미음이 나왔다. 목 부분을 차게 해줘야 붓기가 빨리 빠진다고 따뜻한 죽을 실온에 그냥 뒀다가 어머니와 여동생을 집에 보내고 지금 식은 죽을 먹으면서 후기를 쓰고 있다. 사람마다 고통을 참는 정도가 다 다르지만 나는 생각보다 전혀 아프지 않았고 지금도 딱히 불편함이 없다. 내일 오전 중으로 진료실에서 상태를 한 번 더 보고 퇴원 준비만 하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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