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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종전이란다. 종전하니까 갑자기 군대가 생각난다. 15년 8월, 군대에 있을 때 DMZ 지뢰 도발 사건으로 다른 군부대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사단 전체 비상 걸려서 한동안 일과가 끝나도 생활반에서 뉴스 시청하면서 무장 대기, 싸지방 통제, 전화 통제, PX 통제 등 많은 불편함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때가 제일 긴장감 있었지 않나 싶다. 나중에 어떻게 마무리가 돼서 얼마 후 전 장병에게 돌아가는 대통령 포상 1박 2일을 받았다.

언제 출동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활반 내 분위기는 갑자기 출동하면 집에 연락은 어떻게 하냐고 미리 전화나 싸지방으로 가족들한테 연락을 취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난리도 아니었다. 나 또한 뉴스를 보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요즘 같은 현대 전쟁에서는 상륙 전술이 먹힐까였다. 해병대는 1사단 기준으로 하나의 사단 안에 세 개의 연대, 하나의 연대 안에 세 개의 대대가 있는데, 각 대대는 공수, 기습특공(상륙), 유격대대가 있다. 그중 나는 기습특공대대였다. 우리 대대 특성상 많은 훈련이 있었지만 실 전쟁 상황과 가장 비슷하게 느껴졌던 경험으로 쌍용훈련이 있다.


@날아라 마린보이

지뢰 도발 사전으로부터 약 4달 전, 15년 4월 한미 연합상륙훈련 쌍용훈련 때 상륙훈련이 끝나고 찍은 사진이다. 보통 큰 훈련은 연대본부에서 사진 찍는 간부가 나온다. 여러 대대가 같이 훈련했던 만큼 대규모 훈련이었는데, 찾아보니 우리 중대 사람들이 나온 사진은 이거 한 장이다. 나는 사진에 없지만, 앞줄에 해맑게 웃고 있는 2소대장님이 한눈에 보였고 반장님과 뒷줄의 선임들을 알아봤다. 내 직책이 본부 소대 대대 통신병였던 터라 훈련 때마다 항상 중대장님이랑 바쁘게 다녀서 사진 찍힐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게 아쉽다.

우리 대대 기준으로 쌍용훈련은 해군의 상륙 작전용 함정인 LST에서 목표 지점까지 이동하는 며칠 동안 지내다가 상륙 당일 해변까지 일정 거리 떨어진 해상 위에서 상륙 돌격 장갑차 KAAV를 타고 해변으로 상륙 후 배치 붙는다. 그 후 대대까지 이틀간 복귀 행군이 진행된다. 상륙하는 날, 가뜩이나 통신기, 무거운 무장들로 좁은데, 한정적인 KAAV에 인원을 다 수용해야 하기에 미군과 섞여 많은 인원이 우겨타서 너무 덥고 갑갑했던 기억이 있다. 오죽하면 같이 탔던 미군들 중 한명이 혼잣말로 욕을 했을까. 혹시라도 전쟁이 터지면 총이나 미사일 맞는거 보다 KAAV에 우겨 타는게 더 싫다.

무튼, 어떻게 보면 그동안의 회담에서는 종전이라는 언급이 없었던걸로 알고있는데, 종전 선언 된거 보면 60여년의 휴전 상태보다 그나마 다행인거 같기도 하고 지금까지 여러번 도발 했던 사람이 갑자기 저렇게 나오니 언제 통수 맞을지 몰라서 찝찝하기도 하고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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